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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 부담 없는 유쾌함

마침내 꿈을 닮아가다 | 2015.06.20 15:55 | 조회 220

<슬로우 비디오> 차태현

 




“장부가 선글라스를 끼고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그냥 멋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멋있는 사람을 캐스팅했어야지.” “최대한 멋있게 나왔으면 좋겠으니까 살을 좀 빼줘.” “그러면서 중국집에 데리고 가냐. 에라이~ 앞뒤도 안 맞아.” <슬로우 비디오>의 김영탁 감독의 주문대로였다. 살도 빼고 선글라스도 끼고 멋지게 차려입은 차태현이 여장부(주인공 이름이니 오해 마시라)가 돼 돌아왔다. <슬로우 비디오>는 서른아홉 동갑내기인 두 사람이 <헬로우 고스트> 이후 4년 만에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김 감독은 “태현씨가 합류하면서 내 마이너한 이야기가 대중에게 친근하게 표현될 수 있었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은 자리에서,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담담히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건 분명 차태현의 재주다. 쉽게 대체될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이 과연 이번에도 통할지 지켜보고 싶다. 올해로 데뷔 19년차 배우가 택한 작품, <슬로우 비디오>다.

 

 

 

<슬로우 비디오>의 VIP 시사회장. “영화 열심히 만들었다”는 김영탁 감독의 말에 “열심히 만드는 건 당연하고 잘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기어코 하는 건 주연배우 차태현이다. ‘영화 좋다’, ‘영화 잘 봐달라’는 홍보성 말부터 늘어놓을 법한데 차태현은 그런 게 없다. 다음날 인터뷰 자리에서 물어도 그 생각은 그대로다. “(잘 만드는 것) 그게 중요하니까”가 그의 대답이다. “무엇보다도 탁 감독(김 감독은 너무 흔하지 않냐며 그렇게 부른단다.-편집자) 특유의 영화적 색깔이 나와서 좋다. 내 연기를 떠나서 영화는 일단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중에게 통하든 안 통하든 이게 영화의 기본이다. 더 좋은 건 <헬로우 고스트>보다 훨씬 잘 만들었다는 거다.” 차태현은 덮어두고 좋다는 말부터 꺼내지 않고 한발 떨어져서 무엇이 좋았는지를 찬찬히 살핀다. 어쩌면 이것이 대중영화, 상업영화를 오랫동안 해오며 그가 체득한 ‘잘 만든 영화’의 기준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슬로우 비디오> 고유의 색깔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건 전적으로 차태현이 연기한 여장부라는 캐릭터에서 시작된다. 여장부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천천히, 느리게 움직인다. 남들은 보고자 해도 볼 수 없는 순간이 장부의 눈에는 슬로모션으로 그려진다. 능력이라면 능력인 눈 덕에 장부는 CCTV 관제센터에서 근무 중이다. 하지만 남들과 다르다는 것, 세상의 속도보다 느리게 산다는 건 능력이 아닌 비극에 가깝다. 자기만의 방에서 철저히 혼자의 시간을 보내온 장부가 용기를 내 방 밖을 나설 때, 세상은 지독히도 빠르고 혼란스럽다. 이처럼 <슬로우 비디오>는 독특한 상상력이 빚어낸 캐릭터가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영화다. 하지만 그것만이 차태현을 <슬로우 비디오> 속 세상으로 뛰어들게 만든 건 아니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읽어보는데 CCTV 모니터 속 상만(김강현)이 던진 공을 모니터 밖 장부가 글러브로 받는 데서 정말 많이 웃었다. (웃음) 그거 참 별거 아닌 장면인데. 근데 그게 장부라는 인물을 딱 보여주더라. 이 영화가 일반적인 코미디가 아니고 얼마나 독특한 영화인지를 말하고 있었다.”

 

 



코미디 장르 안에서 드라마가 강한 영화들(<엽기적인 그녀> <복면달호> <과속 스캔들> <헬로우 고스트>)을 두루 거쳐온 그에게 이번 영화는 큰 변화는 아니지만 분명 색다른 시도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코미디물이 한번쯤 보여줄 법한 장치들을 선택하지 않는다. 스스로 ‘이쯤에서 뭔가를 더 보여줘야 하지 않나?’ ‘조금 더 긴박하게 가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근데 그건 눈이 피로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요즘 영화에 나조차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가 아닐까.” 일부러 감동을 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곳곳에 웃음 포인트를 매복시키지 않아도 드라마만 잘 따라가면 자연스레 웃고 울 수 있는 영화를 뽑아든 거다. 여기에 차태현은 어떤 기대를 덧붙였다. “꼭 탁 감독이 의도하는 코미디를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꼭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헬로우 고스트> 정도의 관객만 들어도 좋겠다. 이런 영화도 분명히 웃길 수 있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줄 수 있다는 게 증명된다면 그 기쁨이 더 클 것 같다.”

 

 

 

유쾌하고 밝은 영화의 외피 속에서 꾸준히 자기의 연기 세계를 유지해온 흔치 않은 배우가 차태현이다. 반대로 이 점이 전혀 다른 색깔의 연기를 향한 그의 열망을 자극하기도 한다. “얼마든지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 내 욕심을 위한 변신이 아니라 작품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일 기회가 온다면 하고 싶은 정도가 아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피선데이-1박2일>도 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장치 중 하나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연기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거듭 변주해온 그가 내년이면 데뷔 20년을 맞는다. 나이의 앞자리도 3에서 4로 바뀐다. 30대 초반에는 “배우하기 애매모호한 시점”(<씨네21> 679호)이라 말해왔던 그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연기 인생을 두고는 뭐라고 할까. “지금은 오히려 훨씬 연기의 폭이 넓어졌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감정들이 생겼다. 이 나이가 돼 <슬로우 비디오>를 하니 작품 찍는 동안만큼은 느긋하고 천천히 세상을 보게 되더라.” 넓어진 시야각으로 40대를 열어젖힐 첫 작품은 흥미롭게도 단숨에 그를 스타덤에 올린 <엽기적인 그녀>의 속편 <엽기적인 두 번째 그녀>다. “스크린에서 견우를 다시 보고 싶더라. 아, 근데 마흔에 <엽기적인 두 번째 그녀>라니. 너무 오래 걸렸네. 좀더 일찍 만났어야 했는데. (웃음)” 문득 한 인터뷰에서 “잘 늙어가는 견우”가 배우로서의 바람이라고 말하던 그가 떠오른다. 나이를 먹어가는 차태현이 보여줄 ‘잘 늙어가는 견우’,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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