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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양들의 침묵' 리뷰

wkd705 | 2018.02.20 13:48 | 조회 295

클라리스(조디 포스터)는 명석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FBI 수습요원이다. 정식 요원이 되기 위해 훈련을 받던 그녀는 국장 크로포드(스콧 글렌)로부터 임무를 받는다. 바로 죽인 피해자의 피부를 벗기는 엽기연쇄살인범 버팔로 빌, 제임 검브(테드 레빈)에 대한 단서를 찾는 것. 현재 아무 단서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해 하고 있으니, 유능한 정신과 의사이자 환자 9명을 먹은 식인종 한니발, 렉터 박사(안소니 홉킨스)에게 정보를 얻어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클라리스는 곧장 렉터 박사가 수감되어 있는 정신이상자 수용병원으로 찾아간다. 


‘양들의 침묵’을 견인하는 두 축인, 클라리스와 렉터 박사의 관계는 미묘하다. 그 둘의 관계를 보면서 여러 가지 추측을 해봤다. 사랑, 연민, 이득 관계부터 시작해 혹시 유사 부녀관계의 감정이 아닐까도 생각해봤지만 이도 확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모호한 관계가 오히려 영화의 작품성을 높였다. 보통 인간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들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종교, 신비주의 연예인, 사주, 단명한 천재 등. 이처럼 ‘양들의 침묵’에서도 둘의 관계를 확정하지 않으니 뭔가 있어 보이고 더 깊은 관계로 보였다. 


‘양들의 침묵’의 공포를 조성하는 두 악역, 모자란 듯하고 여성적인 버팔로 빌과 신사적이고 지적인 렉터 박사. 둘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바로 둘 다 욕망하는 것이 있고 그 욕망을 대표하는 상징이 나온다는 것. 버팔로 빌이 꿈꾸는 욕망의 상징은 나방이다. 번데기가 허물을 벗고 나방이 되는 것처럼 자신도 성전환 하여 여성으로 변모하길 바라는 그는 나방을 키우고 피해자의 입 속에 번데기를 넣는다. 그것은 마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주문 또는 의식처럼 보인다.


반면 렉터 박사의 상징은 바로 클라리스이다. 1차적으로는 그녀를 통해 FBI와 협상하여 수감생활을 개선하는 것이고, 2차적으로는 클라리스의 변신이다. 그 변신이란 클라리스의 트라우마 극복. 그 동기는 대체 무엇일까. 단순히 정신과 의사로서 트라우마 환자를 치료하고 싶은 걸까, 아름다운데다 예의까지 갖춘 그녀에게 이성적 관심을 가진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연민이나 부정에 가까운 애정일까. 포스터를 보면 클라리스의 입에 나방을 붙여 둘을 겹쳐놓았다. 이 또한 ‘양들의 침묵’ 속 두 악역의 내재된 욕망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가 꼽은 명장면이 있다. 클라리스가 수감된 렉터 박사와 강화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대화 나누는 장면이다. 이 때부터 렉터 박사의 섬뜩함은 관객에게 각인된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이 무서운 감정이 오직 렉터 박사로 분한 안소니 홉킨스의 표정, 대사, 행동만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수용병원 자체의 꺼림칙한 분위기도 있지만 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렉터 박사의 상대방을 꿰뚫는 듯한 눈빛, 나긋나긋하지만 원인모를 오싹함이 느껴지는 대사와 목소리를 통해 ‘양들의 침묵’의 스릴러는 완성된다.


덧붙이자면 이 장면에서 클라리스로 분한 조디 포스터의 실제 같은 연기는 연기가 아닌 진짜였다고 한다. 안소니 홉킨스의 비하적인 애드립으로 열 받은 조디 포스터는 곧바로 항의하여 이내 안소니 홉킨스에게 사과를 받아낸다. 하지만 촬영 분량을 확인해보니 그 어느 때보다 실감나는 연기를 펼치는 자신을 보고 놀랐다는 후문이 있다(이 모든 건 안소니 홉킨스의 큰 그림이었다).


‘양들의 침묵’은 수많은 명작 중에서도 단연 빼어난 작품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5개 부문에서 수상하였고, 공포 영화 최초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또 안소니 홉킨스는 오직 16분정도의 출연만으로 관객에게 오싹함을 선사하여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이정도면 ‘양들의 침묵’을 봐야할 이유로 충분하고 혹시 벌써 봤다면 다시 볼 이유로도 족하지 않을까.

김민구(go9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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