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를 표현하는 연기 제 또래 배우 중에서 그나마 제가 내세울 수 있는 점은 대선배 배우인 송강호, 이성민 선배님들과 함께 한 경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아성이랑 작품을 같이 하면서 그게 무너진 거죠. 아성이는 그런 경험이 훨씬 더 많으니까요(웃음). 제가 이제 막 사칙연산을 배워서 덧셈, 뺄셈을 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성민 선배님은 미적분을 막 풀고 있는 느낌이거든요. 근데 아성이 같은 경우는 선배님들이 미적분 푸는 모습을 저보다 훨씬 더 많이 보고 배웠을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저의 유일한 무기가 사라진 거죠.
계속 선한 캐릭터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죠. 그런데 오히려 저는 많은 분들이 저의 좋은 면을 봐주셔서 감사해요. <해를 품은 달>(2012, MBC) 이후, 저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똑똑하고 착한 사람으로 자리 잡혔어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비슷한 캐릭터의 캐스팅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고, 자연스럽게 그런 작품을 많이 하게 됐죠. 그런 좋은 선입견들이 자연스럽게 좋은 작품을 선택하도록 방향을 이끌어 주신 것 아닌가 싶어요.
<해를 품은 달>에 출연할 때만 해도 시키는 대로 잘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연기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창작 예술로 느껴져요. 연기에 대한 인식이 변했어요. 그렇다고 <해를 품은 달>을 찍을 때 열정이 없었다는 건 아니에요. 그 열정을 잘못 발산했던 거죠. 그 때는 대본을 완벽하게 외워서 토시하나 안 틀리고 NG도 안 내는 게 연기의 방향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지금은 여전히 연기를 잘 한다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연기를 할 때 ‘나한테 거짓말은 하지 말자’고 생각해요. 최대한 진짜를 표현하기 위해 감정을 어떻게 끌어낼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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