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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책> <러브레터> 변정주 연출 인터뷰

누군가의꿈이될 | 2014.11.08 15:22 | 조회 87




중간 매개체 연출가는 무대라는 시공간 위에서 배우를 통해 이야기를 연주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관객에게 잘 배달을 해주는 것이 연출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연출가의 머리와 가슴으로 들어온 이상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결국에는 ‘나’라는 사람을 필터로 그것이 관객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어 사실은 축구선구가 꿈이었어요. 그런데 고 3때 다리를 다쳤습니다. ‘축구 선수가 될 수 없다’라는 것이 확실해지면서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되나 생각해 보니, 저에게 예술적 재능은 별로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하고 싶었어요. 노래도 잘 하지 못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아니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말이죠. ‘예술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스포츠 경기를 보면 사람들이 경기 결과에 따라 가슴이 뛰기도 하고 감동을 받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하잖아요. 스포츠 경기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처럼 저도 예술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학에서 연극 공부를 했고요. 대학 졸업 전부터 김광림 선생님의 조연출로 시작해 선생님 밑에서 십 년 동안 있었습니다. 십 년이 되던 해에 선생님께서 극작을 해주시면서 “이제는 네가 해라”고 말씀하셔서 <이리와 무뚜>로 처음 연출가로 데뷔했습니다.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고. 그때나 지금이나 아직도 공부할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데뷔하면서 ‘이제는 내가 배우들 앞에서 연출가로서도 의사소통을 나름대로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행복했던 기억이 나네요.

연극과 스포츠는 비슷한 점이 많아요. 축구 경기로 예를 많이 드는데 축구 경기를 보면 90분 동안 그들만의 리듬이 있어요. 그리고 경기를 위해 훈련을 몇 개월 동안 하지요. 하지만 막상 경기장에 갔을 때 훈련한대로 정확하게 움직일 수 없습니다. 상대편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요. 그래서 우리는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 그 경기를 멋있게 만들기 위해서 항시 훈련을 하는데요. 훈련된 결과를 가지고 경기장에 올라가고 팀이 되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연극과 축구는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연출가의 역할도 축구감독의 역할과 유사하다고 느껴서 연극 공부를 축구 경기를 보면서 제일 많이 합니다. (웃음)





현실을 담은 이야기 저만의 생각과 기준에 위배되는 작품은 못하고요. 그렇지 않는 거라면 거의 다 하는 편입니다. 우리 사회가 어둡죠. 저는 일부러 미화해서 어둡게 보지 않아요. 오히려 밝게 보려고 애를 쓰는데 중요한 것은 밝지도 않는데 밝게 보면 안 되잖아요. 있는 현실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고 밝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있는 현실을 직시할 줄 알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에는 흥미를 못 느끼는 편이에요. 내가 하고 싶어하는 작품도 관객으로서 좋아하는 작품도 현실을 직시한 작품에 매력을 느낍니다.



배우는 무대에서 항상 살아 있어야 한다 저는 무대에서 배우들이 항상 살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연기하는 분들도 가끔씩 있어요. 그 순간의 생생한 에너지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순서대로 자동적으로 연기가 나오는 거죠. 그래서 저는 배우들에게 “연기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거짓으로 감정을 꾸며내거나 생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항상 강조를 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죠. 매일 똑같은 대본을 가지고 무대에 서야 하는데 항상 살아있게 만든다는 것이. 그래서 그런 점 때문에 배우가 모든 예술가 중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알고 있는 걸 모르는 척 할 수 있지만 진짜 모를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배우는 그게 가능합니다. 우리가 살 때는 앞 일을 모르는 것처럼 배우는 무대 위에서 앞 일을 몰라야 돼요. 왜냐하면 앞 일을 몰라야 상대방의 말이나 상대방의 행동에 집중할 수 있는데 미래를 알면 어차피 쟤가 저렇게 할 것을 아니까 ‘나는 다음에 이렇게 가도 되겠지’라는 생각을 갖게 되거든요.

그래서 배우들이 항상 깨어 있게 하기 위해서 연습할 때 상대 배우 몰래 다른 말을 하라고 하거나 다른 행동을 해보라고 해요. 생각지 않았던 말이나 행동이 나오게 되면 그 순간 배우들이 바짝 살아나면서 그 장면이 더 생생해져요. 그래서 노트를 할 때도 제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배우들끼리 서로 모르게 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음악적으로는 예민하지만 미술적인 부분은 부족해 평소에 음악을 좋아하고요. 연출을 할 때도 음악적인 면에 있어서는 조금 예민한 편이에요. 우리가 하는 말도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배우들이 서로 대화를 하는 것도 ‘연주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해요. 일종의 즉흥 연주를 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반면에 미술적인 면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미술팀 회의를 할 때는 항상 어려움을 겪는데요. 그래서 오히려 더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잘 모르니까 상대방의 말을 더 열심히 들으려고 하고요. 제가 많이 알아서 개입을 많이 하게 되면 처음 냈던 아이디어가 점점 축소되거나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하는데, 잘 모르니까 오히려 하고 싶은 표현들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모자라는 부분이니까 항상 공부하면서 단점이지만 장점으로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필로우맨> 공연 장면




무대도 올리고 여행도 하고 이 직업이 좋은 점이 하나 있어요. 공연을 올리면 지방도 가고 해외도 나가잖아요. 평소에 여행을 좋아하는데 공연을 통해서 여행을 다닐 수 있어서 좋아요.

그래서 스케줄이 바쁘면 갈 수가 없으니까 때로는 항공권을 한참 전부터 미리 예매해 놓기도 해요. 그때 공연을 안 잡도록 말이죠. 그런데 제가 <넥스트 투 노멀>에 협력 연출로 참여할 때였어요. 공교롭게도 제작발표회 날이 제가 여행 떠나는 날이더라고요. 제작발표회에는 꼭 참석해야 한다고 하고, 난 표를 샀으니 가야 한다고 우기고. 회사에서는 차액을 줄 테니까 출발 일을 미루라고 하는 거에요. 차액이 20만원 정도 나왔는데 회사에는 차액이 100만원 정도 나온다고 했어요.차액이 비싸면 회사에서 그냥 여행 가라고 할 것 같아서요. (웃음) 그래서 결국에는 제 예상대로 그냥 여행 가라고 해서 제작발표회에 참석 안 하고 여행을 갔다 온 게 생각나네요.



김동현 연출의 <먼 데서 오는 여자> & 노다 히데키의 <반신> <먼 데서 오는 여자>는 어두운 우리 현대사를 두 노 부부의 삶을 통해서 잔잔하지만 엄청난 힘을 가지고 보여주는 작품이고, <반신>은 정말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연극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에너지를 보여줘서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두 작품 모두 최근에 본 것 중에서 가장 신선하고 공부가 많이 된 작품입니다.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가면서 관객과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일방적으로 “이런 생각을 했으니 들으세요.”가 아니라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여러분 어떠세요.”라고 묻는 작품들이요. 반응이 오고 거기에 대해서 제 생각이 변화하기도 하면서 관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함께 커나가고 싶어요. 사랑, 행복처럼 추상적인 이야기를 할수 도 있고 때로는 첨예한 정치적인 문제나 역사적인 사건을 가지고 이야기 할 수도 있고요. 제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이슈들에 대해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은 것이 꿈입니다.




다양한 예술을 즐겨라 세상에는 연극, 뮤지컬 말고도 오페라, 무용, 미술, 전시, 콘서트, 클래식처럼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많습니다. 그런데 늘 보는 것만 보시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그래서 이왕 관심이 공연 쪽이라면 공연에도 여러 장르가 많으니까 다양한 공연에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공연이 더 좋다 나쁘다 말할 수도 없고요. 다 각각의 맛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좀 더 행복한 삶을 위해서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대한 관심 & 나에 대한 집중의 시간 두 가지를 말씀 드리고 싶어요. 하나는 세상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종이 신문을 매일 봐라. 그게 사회를 바라보고 어떤 인물을 바라보는데 도움을 많이 줄 거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두 번째는 정반대의 이야기인데 내가 생각하고 내가 느끼는 것에 대해서 집중하고 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시간이 사실 여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진짜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인지 사실 현실에서는 잘 모르거든요. 내가 생각해도 그게 내 생각이 아닐 수도 있고요. 내가 느끼는 것도 느껴야 하기 때문에 느끼려고 하는 건지 구분이 잘 안될 때가 많아요. 그래서 그게 여행이든 운동이든 책이든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세상에 열린 마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지녀야 좋은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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