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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캐릭터 연구법

wkd705 | 2018.08.10 14:08 | 조회 1577


배우가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시나리오에 기반을 두고 연기자의 직관과 상상력, 감정을 결집해서 캐릭터의 삶을 구체화해 표현해야 한다. 연기할 캐릭터가 반드시 시나리오에서 출발해야 하는 까닭은 시나리오야말로 함께 작업하는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공유하고 약속한 설계도이기 때문이다. 배우에게 창의적인 캐릭터 분석과 해석의 권리와 자유가 주어지더라도 우선 고려할 점은 영화 작업을 함께하는 동료들과의 이해와 공감대다.

캐릭터 분석

좋은 캐릭터 연기란 감정적으로 실감 나고, 지적으로 명확하고, 상대방과 소통 가능하고, 개인적으로 믿을 만하고, 창의적이고, 능동적이고, 발전적이고, 그리고 변화·추진력·감정의 고조를 지닌 캐릭터 연기를 말한다. 즉, 연기를 할 때 남이 하는 말과 행동을 단순 암기해서 재연해 내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이 맡은 캐릭터 역할에 몰입되어 연기하는 상황 속에 온전히 들어가 표현해 낼 때 좋은 연기라는 말을 듣게 된다.

미하일 체호프(Michael Chekhov)는 배우가 자신과 캐릭터 사이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즉각적으로 깨닫게 하는 방법론을 제시한 적이 있다. 첫째, 배우는 극 중 캐릭터를 단순히 모방하는 쪽이 아니라 캐릭터 존재 자신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누구나 내면에는 다양한 페르소나가 존재한다. 누구나 선인과 악인의 얼굴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누구나 용감한 자와 비겁한 자의 마음을 함께 지니고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라면 배우 자신이 스스로를 내려놓고 웃겨야 하며, 배우가 아무리 똑똑해도 연기하는 순간에는 바보가 되어 웃음을 유발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둘째, 캐릭터가 가진 아이러니를 발견하는 것이다. 캐릭터의 양면성은 영화 촬영처럼 짧은 시간에 자신의 표현력을 극단까지 발휘해야 하는 조건에서 아주 유용하다. 터프한 깡패도 매우 감성적일 수 있고, 자상한 어머니도 누구도 말릴 수 없는 분노에 가득 찰 수 있다. 이런 양면성은 영화에서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관습적이고 평범해 보이는 걸 뛰어넘게 한다.

캐릭터 분석은 시나리오에서 시작된다. 영화 연기는 촬영 현장에서 약간의 즉흥연기가 동원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시나리오에서 출발해야 한다. 시나리오는 영화를 제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스토리와 캐릭터이며, 그 속에 있는 대사는 일반적으로 감독의 허가 없이 즉흥적으로 바꿀 수 없다. 캐릭터가 말하는 대사는 시나리오 작가가 처음 썼지만, 여러 차례 각색 작업을 거치고, 제작사의 프로듀서와 감독이 선정되면서 많은 검토와 수정을 거쳤다. 물론 배우가 촬영 현장에서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즉흥적으로 대사를 조금 달리 말할 수 있지만 그런 변경에는 반드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감독에 따라서 배우의 즉흥연기를 독려하며 대사가 바뀌는 것에 신경을 덜 쓰는 사례도 있기는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캐릭터 설정

배우가 목표로 하는 캐릭터는 우선 시나리오에 기반을 둔 성격과 외모를 가진 캐릭터여야 한다. 만약 배우가 시나리오에서 지시하는 캐릭터의 요소를 지니지 못한다면, 노력으로 그것을 성취하든지 아니면 허용된 범위 내에서 바꿔야 할 것이다. 모든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목적이 있다. 만약 목적 없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그건 잘못 쓴 시나리오다. 현실과 달리 영화라는 가상의 세계는 촘촘한 인과관계로 사건과 사건이 맞물려 있으며, 이 사건들을 일으키기 위해 모든 캐릭터는 자신의 역할을 다 한다.

다음은 캐릭터를 설정할 때 배우가 스스로에게 던져서 답을 구해야 할 질문 일곱 가지다. 첫째, 배우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그 캐릭터에 대해 어떤 직관적인 반응을 얻었는가? 둘째, 시나리오가 그리는 세계는 무엇인가? 셋째, 각각의 신은 무엇에 관한 것인가? 넷째, 캐릭터는 누구인가? 다섯째, 캐릭터의 목표는 무엇인가? 여섯째, 캐릭터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장애물은 무엇인가? 일곱째, 캐릭터들 사이의 관계는 어떠한가?

캐릭터의 목적은 배우에게 의지를 일깨우고 촬영장에서 연기의 목표를 명확히 하는 데 있다. 이는 종종 연기의 추진력이 된다. 이 목표는 캐릭터의 의식적인 의도이기도 하며, 때로는 무의식적인 충동이나 욕망·욕심·본능 또한 캐릭터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이런 무의식적 목표는 캐릭터의 비밀이 되기도 한다. 이때 배우는 캐릭터 스스로는 이를 인지하지 못해도, 연기하는 동안 아무리 몰입되어도 이 목표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목표가 캐릭터에게 이른바 '동사'를 부여한다. 캐릭터의 목표는 그 혹은 그녀로 하여금 행동에 나서게 하며, 사건을 만들게 하고, 누군가와 갈등을 일으키게 한다. 만약 누군가 그의 목표에 동의하지 않거나 방해한다면 바로 그 누군가가 그 신의 안티 히어로가 된다. 가장 이기기 힘든 적은 캐릭터 자신이거나 가장 가까운 가족 또는 연인이다.

우타 하겐(Uta Hagen)은 캐릭터의 목표와 방해물에 대해 명확히 설명한 바 있다. "방에 불이 나고 당신은 나가길 원한다. 문이 잠겨 있다. 캐릭터가 문을 아무리 당겨도 열리지 않는다. 그럼 불은 더 활활 타오를 것이고, 위험에 몰린 캐릭터는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문을 열려고 할 것이다. 만약 장애물이 없어서, 즉 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캐릭터는 그냥 방을 떠나면 된다. 그러면 아무런 드라마도 존재하지 않는다."

캐릭터의 스타일

영화 연기는 카메라를 통해 재현되기 때문에 기초부터 단단히 훈련을 받은 배우들뿐만 아니라 한 번도 연기 훈련 경험이 없는 일반인이나 어린아이들조차도 훌륭한 캐릭터 연기를 하게끔 한다. 이것은 카메라가 지닌 인물에 대한 즉물적이며 감각적인 특성이다. 설령 영화 속 캐릭터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영화감독은 그 캐릭터의 앞과 뒤 숏을 편집으로 붙여서 실제 그 캐릭터가 느끼지 않은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

영화에서는 관객이 영화배우를 어떤 캐릭터로 좋아하고 감정을 몰입하는가에 따라 네 가지 스타일로 분류한다. 성격파 배우, 개성파 배우, 육체파 배우, 자연파 배우가 그것이다. 사실 많은 영화배우들이 개성파 배우로 연기를 시작했다가 경력이 쌓이면서 성격파 배우로 분류되거나, 젊었을 때 육체파 배우였다가 나중에 그 스타일이 브랜드화되면서 개성파 배우가 되기도 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영화 산업에서 배우를 분류하는 편의적 스타일이기도 하다.

첫째, 성격파 배우는 배우 자신의 본래 모습과 영화 시나리오상 캐릭터를 융합하여 영화마다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 내는 배우다. 성격파 배우는 자신의 본래 외모와 개성을 가능한 한 지우고 시나리오 속 캐릭터가 요구하는 인물로 변신하려 노력하며 때로는 영화감독이 원하는 페르소나가 되기도 한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성격파 배우로는 더스틴 호프먼(Dustin Hoffman)을 꼽을 수 있는데, 그는 존 리처드 슐레진저(John RichardSchlesinger) 감독의 〈한밤의 카우보이(Midnight Cowboy)〉에서는 약간 수줍어하고 다리를 절름거리고 남을 신뢰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기를 치는 라초라는 인물을 완벽히 재현해 냈다.

한편 샘 페킨파(Sam Peckinpah) 감독의 〈스트로 독스(Straw Dogs)〉에서 호프먼은 극렬한 가정 수호자의 모습으로 변해 이기적이고 차갑지만 지성미를 갖춘 가장으로 캐릭터를 창조해 냈다. 메릴 스트리프(Meryl Streep)나 로버트 드니로(Robert De Niro) 같은 성격파 배우의 경우, 관객들은 실제 배우의 모습과 그가 영화마다 재현하는 캐릭터 사이에서 경계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어렵고, 그런 배우는 영화마다 자신의 이미지를 크게 변화시키며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둘째, 개성파 배우는 배우 자신이 브랜드화될 수 있는, 자연인인 배우 스스로 영화적 캐릭터가 되는 스타일이다. 이것은 주로 스타 배우들에게 많이 적용되는 범주이며, 배우가 영화 속 그 어느 요소보다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미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 준다. 1930년대 할리우드에서 스튜디오 시스템이 확립되어 마치 대기업에서 제품을 생산하듯 영화를 꿈의 공장에서 찍어 내기 시작했을 때, 할리우드는 스타시스템도 발명해 냈다. 이것은 한 스타의 이름을 보고 관객들이 다음에 볼 영화를 고르게 하는 스타 마케팅이었으며 이를 통해 배출된 많은 스타들이 개성파 배우로 분류된다.

할리우드 고전 영화 시기에는 마를레네 디트리히(Marlene Dietrich), 게리 쿠퍼(Gary Cooper), 버트 랭커스터(Burt Lancaster), 커크 더글라스(Kirk Douglas), 제임스 스튜어트(James Stewart), 캐서린 헵번(KatharineHepburn), 조앤 크로퍼드(Joan Crawford), 존 웨인(John Wayne),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 등이 개성파 배우로 손꼽혔다. 최근에는 줄리아 로버츠(Julia Roberts)나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개성파 배우들은 자신들이 그 전작들로부터 쌓아 왔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한 영화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개별 영화 안에서 개성파 배우들이 선보일 수 있는 캐릭터 연기의 폭은 그리 크지 않으며 관객들이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그런 예상 가능한 익숙함 때문에 관객들은 그 스타 배우가 나오는 또 다른 영화를 선택하게 되고, 그 힘은 영화 산업을 움직이게 했다.

셋째, 육체파 배우는 대중의 이상형으로 뛰어난 외모와 육체를 지니고 이런 이미지를 바탕으로 연기를 한다. 메릴린 먼로와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그 아름다운 육체의 가치로 연기에 대한 충분한 훈련을 받기도 전에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스타 배우가 되었고, 육체파 배우의 전형적인 캐릭터로 작품에 출연했다. 그러나 이 두 여배우는 시작은 육체파 배우였으나 본인들의 노력으로 자신의 관능미와 백치미를 넘어서 성격파 배우로까지 연기의 영역을 확대한 바 있다.

넷째, 자연파 배우는 영화감독이나 프로듀서가 이른바 길거리 캐스팅으로 발탁하여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경우다. 세계 영화사에서 1950년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neo-realism) 시기에 전후 피폐한 이탈리아 사회를 사실성 있게 그려 내기 위해 로베르토 로셀리니(Roberto Rossellini), 비토리오 데시카(Vittorio De Sica) 감독은 비전문 아마추어 배우를 기용했다. 비참한 거리의 삶을 실제 겪고 있던 사람을 캐스팅하여 그들의 삶을 그대로 재연한 시도는 이후 전문화되고 세련된 연기 스타일이 가지는 관습화와 그럴듯함, 거짓 같아 보이는 연기의 관행을 깨부수고 현대 영화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었다. 이후 네오리얼리즘은 프랑스의 누벨바그(NouvelleVague)나 미국의 아메리칸 뉴시네마(American New Cinema), 독일의 뉴저먼 시네마(New German Cinema) 등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런 비전문 배우 기용의 연출 스타일 또한 영화감독들에게는 매력적인 연기자 캐스팅 방법이 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캐릭터 연구 (영화 연기, 2015. 5. 20.,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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