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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석호 “‘미생’ 하 대리, 욕먹는 게 칭찬이죠”

누군가의꿈이될 | 2014.12.02 14:29 | 조회 87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얼굴은 낯선데 자꾸만 시선을 끄는 이들이 있다. 누군지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계의 ‘떡잎’들을 소개하는 코너. 드라마 3 작품 이하 혹은 공백기가 3년 이상인 신인 배우들과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당신, 왜 이제야 나타났죠?’ <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배우 전석호입니다. 촤하하하. 어이쿠, 제 웃음소리에 놀라셨죠? 인터뷰 장소인 이 카페 이모님이 저랑 진짜 친하신 분이시라 반가워서 참을 수 없었어요. 생애 몇 번 안해 본 인터뷰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모님을 뵌다는 사실에 설렐 정도였다니까요. tvN 금토드라마 ‘미생’의 하 대리를 떠올리면 이런 저의 모습이 전혀 안 어울린다고요? 사실은 저, 굉장히 정 많고 따뜻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 따라 저의 하 대리 연기를 보는 주변 친구들이 제게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야, 너 언제까지 그냥 전석호를 보여줄 거냐? 연기는 안 할 거냐?’

◇서른 살까지 연극판에 살다가, 이제야 나왔네요

일단 제가 ‘미생’ 속에서 강소라 씨가 맡고 있는 안영이를 무지막지하게 괴롭히는 하 대리라는 것 이외에는 잘 모르실 테니, 제 소개부터 할게요. 나이는 1984년생, 서른 한 살이고, 데뷔작이라고 하면 2010년 연극 ‘인디아 블로그’를 들 수 있어요. 그 전에도 꾸준히 연기는 해왔고요. 여러분이 저를 잘 모르실 수 있는 게 ‘미생’이 제 첫 드라마 작품이거든요.(웃음) 첫 현장 때에는 어찌나 울렁증이 심하던지. 무튼 지금은 ‘미생’을 하면서 공동 창작 연극을 기획 중에 있어요. 이건 아마 내년 초쯤 무대에 올려질 것 같아요.

제가 제일 처음 연기를 시작했던 계기라. 사실 저는 어렸을 때 꿈이 감독이었어요.(웃음) 아버지께서 영화를 정말 좋아하셨거든요. 주말마다 아버지랑 같이 비디오 빌려 보고, ‘토요 명화’ 챙겨 보고.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 때 영화 ‘쇼생크 탈출’을 봤는데 어찌나 충격을 받았는지. 그걸 보고 막연하게 ‘저런 영화를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에드워드 노튼이라는 배우가 나오는 ‘아메리칸 히스토리X’라는 영화를 봤는데, 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까지 연기를 할 수 있는지. 그걸 보면서 ‘좋은 영화를 만들려면 배우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도 알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배우로 전향했는데 그게 고등학생 때네요. 근데 막상 대학교를 와서 연극을 만들고 하다보니까, 저는 연출은 영 아니더라고요. 연출은 연극이나 영화의 선장이잖아요. 리더십도 있어야 하고, 모든 것을 꿰뚫고 있어야 하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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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깜짝 놀랄 사실 하나 알려드릴까요? 사실 제가 연출한 영화가 한 작품 있어요.(웃음) 사실 큰 건 아니고,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공포 영화를 찍었거든요. ‘우리 영화 찍어볼까?’해서 친구가 카메라 공수해오고, 학교에 미리 말해서 밤 12시에 모여서 찍었죠. 그런데 문제는 제가 그 당시에 ‘편집’이라는 개념을 몰랐어요.(웃음) 편집 기술도 모르고, 장치도 없고. 그래서 결국 완성시키지 못하고 사라진 비운의 작품이 됐죠. 아직 그거 친구 녀석이 가지고 있을 텐데 오늘 전화 한 번 해봐야 겠네.


◇진심을 배울 수 있는 ‘연극’이 제 고향이에요

저는 그냥 살면서 그렇게 놀았어요. 영화 보고, 찍고, 연기 배우고. 다른 분들처럼 부모님의 ‘격렬한’ 반대도 없었고요. 드라마틱하지 않았죠. 집안 분위기가 워낙 방목형이거든요. ‘뭐가 됐든 하고 싶은 대로 살되, 부끄러운 삶은 살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게 저희 아버지 신조였어요. 그래서인지 남들보다는 좀 더 일찍 제가 뭘 하고 싶은지 깨달은 것 같기는 해요.

따지고 보면 이제야 4년차 배우가 된 거죠.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다니면서 꾸준히 무대에 오르기는 했지만요. 제가 처음으로 무대를 선 게 바로 이 카페 뒤의 작은 소극장인데요. 그것도 소극장이 쉬는 월요일에 잠깐 대관해서 최소한의 소품으로 연극을 올린 거였어요. 그런데 저는 그것만으로도 꿈만 같았어요. 제 꿈이 ‘대학로 입성’이었거든요.(웃음) 많은 선배들이 늘 제게 ‘그냥 서른 살 까지는 대학로에서 공연만 하면서 살아’라고 입버릇처럼 말씀 하셨는데, 진짜 서른 한 살에 첫 드라마를 촬영했으니 진짜 선배들 말을 잘 따른 게 됐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진심’을 배울 수 있는 건 연극판이라고요. 저는 ‘연극쟁이’라는 말을 제일 듣고 싶은 사람이에요. 평생 조그만 소극장에서 사람들이랑 연극을 하고 싶고요. 연기는 ‘진심’으로 하는 것이고, 진심은 어느 곳이나 통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연극을 통해 이걸 배우게 됐거든요.

앞으로는 바빠져서 연극을 못하게 될 지도 모르면 어떻게 하냐고요? 에이, 지금 ‘미생’에 마 부장님으로 나오는 (손)종학 형님이 지금 연극 ‘맨 프롬 어스’에 출연하시면서 촬영도 병행 중이세요. 김수로 선배님, 이순재 선생님도 연극과 드라마를 오가고 계시고요. 그걸 보면서 용기를 얻었어요. 이런 선배님들이 계신다는 것 자체가 정말 행운인거죠.


◇첫 드라마 ‘미생’…울렁증 때문에 고생 했어요

요즘 ‘미생’의 인기를 실감 하냐고요? 대단하죠. 그렇다면 하 대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봤냐고요? 아니오. 저는 인터넷을 잘 안 해서. 대신 유 대리님(신재훈 분)께서 늘 제게 보여줘요. 우리의 ‘데이타베이스 유’씨께서.(웃음) 가끔은 유 대리님이 제게 말해요. ‘반응은 간간히만 봐’라고요. 얼마나 욕을 많이 먹고 있으면.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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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생 방송 캡처

이게 제 첫 드라마잖아요. 사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어색해요. 스태프들은 정말 엄청 끈끈하고 좋은데, 처음엔 울렁증도 있을 정도로 현장이 좀 불편했어요. 나만 이방인이나 섬처럼 떠 있는 것 같고.(웃음) 그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분명 스태프들은 내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건 저였거든요. 그래서 전체 회식 때 인사도 나누고 말도 텄어요. 그러다보니 울렁증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더라고요. 그것도 다 내 몫이고, 혼자만의 이유로 일어난 거였어요. 생각해보세요. 왜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겠어요? 우리는 다 같이 좋은 작품 만들려고 모인 건데 말이에요. 나 혼자 불편해하는 거였고, 그것 때문에 울렁증도 생긴 거였어요. 결국 저만 풀면 되는 거였죠.

현장에서 마주치는 류태호(고 과장 역) 선배님과 이경영(최 전무 역)선배님은 제 대학교 선배님이세요. 며칠 전에도 제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내 말을 해라. 말 하는 척이 아닌 진짜 말을 해라’. 저도 이 말처럼 카메라 앞에서도 평소랑 똑같이 해요.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걸 선택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하루 종일 그 작품 속 인물이 되는 방식을 선택한 거예요.

그래서 작품에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해요. 그런데 욱하는 하 대리 성격은 원래 좀 있어요. 친구들이 그래서 제게 ‘연기를 하란 말이야’라고 놀려대요.(웃음) 그런데 영화 ‘조난자들’에서 만난 노영석(감독) 형은 제게 ‘좀 표정에서 긴장한 게 드러난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걸 들으면서 ‘와, 형은 아는 구나’하고 생각했어요. 편안하게 평소대로 하라고 영석이 형이 조언을 해줘서 거기에 용기 얻고 나름 편안하게 하고 있어요. 진짜 하 대리가 돼서.(웃음)


◇저 때문에 연극을 보러 오시는 분이 많아지는 게 제 꿈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연기라. 다른 건 몰라도 단 하나 정확하게 말씀 드릴 수 있는 게 있어요. 가장 통하는 건 진심이라는 거요. 저는 모든 세상 사람들이 배우, 연출가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인생 속 주인공인거잖아요. 출근하기 전, 거울 보면서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오늘도 파이팅’이라고 되뇌잖아요. 그 순간, 하루의 연극을 시작하는 거예요. 그런 것처럼 연기도 실생활의 일부에요. 진심인 거죠. 내가 누군가인 척하는 게 아닌, 진짜 그 사람이 되는 거요.

가끔 사람들이 ‘미생’ 속 회사원을 연기하는 게 어렵지 않냐고 물어요. 제가 이런 경험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전 제가 직장인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그 순간 직장인이 돼 있는 거거든요. 물론, 디테일이나 대사들은 놓칠 수 있어요.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보다 중요한 건 진심이에요. 제가 진심을 다해서 진짜를 산다면 직장인이 됐든, 거지가 됐든, 국회의원이 됐든 다 통할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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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꿈이 뭐냐고요? 저로 인해 공연을 보러 대학로로 많은 분들이 오게 되는 거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연극쟁이가 되는 거고요. 지금 이렇게 저를 알아봐주시고 하는 게 정말 감사할 뿐이지만, 때론 이게 제 인생의 전성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생각해왔던 방향으로 잘 걸어왔으니, 앞으로도 하고 싶은 대로 잘 해나가려고요. 그게 저 ‘전석호’를 만드는 과정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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