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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영화 부문 역대 흥행작

누군가의꿈이될 | 2014.10.10 14:21 | 조회 66

Q. 역대 다양성 영화 부문 흥행 톱 10은 어떤 영화들인가요?

[비긴 어게인]

A. 새로운 기록입니다.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이 개봉 50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다양성 영화' 부문으로 따지자면 지난 2009년 293만 관객을 동원한 [워낭소리]를 젖히고 역대 흥행 1위 자리에 올라선 겁니다. 정말 놀라운 사실은 [비긴 어게인]이 전 세계에서 유독 한국에서만 흥행 열풍을 몰고 왔다는 거겠죠. 사실 [비긴 어게인]의 미국 흥행 수익은 겨우 1,614만 달러에 불과했는데요,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달러로 환산하면 2,236만 달러이니 오히려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수익을 번 셈입니다. 원래 다양성 영화 부문에는 이처럼 깜짝 흥행작들이 많은 편인데요, 여기서 역대 흥행 성적은 어떻게 되는지 한번 알아보고 가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겁니다.

아. 그 전에! 다양성 영화라는 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것부터 설명을 좀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네요. 다양성 영화란 독립 자본이나 저예산으로 만든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다양성 영화를 뽑는 것은 영화진흥위원회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만든 영화가 다양성 영화로 선정이 되면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술영화 전용관에 장기간 상영할 기회를 얻을 수 있고요, 영화 등급 심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면제를 받게 됩니다. 이 다양성 영화 지원은 지난 2007년에 시작이 됐고,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요.

여기서 아마 누군가는 조금 딴죽을 걸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워낭소리]야 그렇다 치고, 어째서 [비긴 어게인]이 다양성 영화냐고 물어보신다면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 어차피 제가 정한 것도 아니니까요. 아, 이건 농담이고요.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다양성 영화가 꼭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일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독립영화이거나 예술영화이기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독립영화야 독립적인 자본으로 찍은 영화이니 분류하기 쉽다 치고, 예술영화는 어떻게 분류하느냐고요? 글쎄요. 각각의 영화마다 분류되는 방식이 다르니 이건 그때그때 잣대가 조금 달라지기 마련일 겁니다. [비긴 어게인] 같은 경우는 사실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라는 스타들이 주연인 데다 제작비도 2,500만 달러에 달하는 영화입니다. 이런 비교는 좀 마뜩잖긴 하지만 어쨌거나 [명량]보다 70여 억 원이 더 투자된 영화입니다. [비긴 어게인]은 그럼에도 '음악을 다룬 예술영화'로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다양성 영화가 됐다고 하는군요. 감독의 전작이 [원스]라는 초저예산 영화였던 까닭도 있을 겁니다.

[블랙]

[방가? 방가!]

그럼 이제는 본격적으로 다양성 영화 역대 흥행성적 1위에서 10위까지를 한번 짚고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10위는 인도 영화 역사상 한국에서 가장 많은 관객인 86만 명을 동원한 영화 [블랙]입니다.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소녀를 가르치는 선생의 이야기인 이 작품은, 그렇습니다. 바로 '헬렌 켈러와 설리반 선생님' 이야기의 인도식 변용입니다. 19세기 미국의 감동적인 실화를 인도로 배경만 옮겨서 새롭게 재현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블랙]은 거기서 선생과 제자의 섹슈얼한 관계가 이루어질 수도 있었으리라는 암시를 주며, 그런 욕망을 느낀 선생이 제자를 떠나면서 막을 내립니다. 미국의 타임지는 [블랙]을 2005년 최고의 영화 5위로 꼽으며 '궁극의 발리우드 러브 스토리'라고 표현한 바 있지요. [블랙]의 놀라운 국내 흥행성적은 이후 한국 대중들에게 '발리우드 영화'가 가지고 있던 어떤 편견을 누그러뜨리는 계기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9위는 97만 명을 동원한 [방가? 방가!]입니다. 좀처럼 취업을 하지 못하던 남자가 취업을 위해 부탄에서 온 외국인 이주 노동자로 가장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영화로, 김인권과 김정태의 시너지가 꽤 근사했던 작품입니다. 사실 개봉 당시에는 보통의 충무로 코미디처럼 홍보됐기 때문에 다양성 영화에 어울리는 영화인지 의문이 드는 분들도 계실듯한데요, [방가? 방가!]는 사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겨우 6억 원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영화는 영화다]

다양성 영화 역대 흥행 8위는 110만 명을 동원한 대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입니다. 슬럼가에 살던 소년이 퀴즈 프로그램을 통해 백만장자가 된다는 내용의 영화로, 그렇습니다. 오스카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던 영화입니다. 그런데 오스카를 수상할 정도의 대작이 어떻게 다양성 영화냐고 물으신다면, 이 영화의 제작비를 먼저 말씀드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제작비는 [비긴 어게인]보다 1천만 달러나 작은 1,500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면 할리우드에서는 저예산 독립영화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지요. 아마도 여기에는, 스타 캐스팅이 없다는 것이 큰 역할을 했을 겁니다. 키이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팔로가 아무리 작은 영화에 맞춰서 개런티를 깎았다고 하더라도 아마 대부분의 제작비가 그들의 캐스팅비에 들었을걸요?

역대 7위는 13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장훈 감독의 영화 [영화는 영화다]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제작사 '김기덕 필름'이 제작한 저예산의 영화입니다. 주연 배우인 소지섭, 강지환도 아주 적은 개런티를 받고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죠. 물론 이 영화의 성공 이후 장훈 감독은 곧바로 1급 감독이 되어 충무로에서 대작 [고지전]을 찍게 됩니다. 제작자인 김기덕 감독 특유의 '무시무시한 제작비 절약 전략'이 [영화는 영화다]의 성공에 큰 몫을 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밀양]

[그대를 사랑합니다]

다양성 영화 역대 흥행 6위는 160만 명을 동원한 이창동 감독의 [밀양], 5위는 165만 명을 동원한 강풀 원작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차지했습니다. [밀양]은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비롯하여, 이창동 감독과 배우 전도연, 송강호의 무시무시한 시너지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창동 감독 개인에게도 역사상 가장 흥행 성적이 높은 영화로 남아있지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사실 두 가지 커다란 징크스를 깨뜨린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인들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는 흥행에 성공할 수 없다는 징크스와, 강풀 원작 영화는 흥행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징크스, 이 두 가지 징크스가 동시에 완벽하게 깨졌죠.

[색, 계]

사실 이 리스트는 4위부터 2위까지가 좀 재미있습니다. 다양성 영화 역대 흥행 4위는 190만 명을 동원한 이안 감독의 [색, 계]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색, 계]는 심지어 [비긴 어게인]만큼도 다양성 영화라는 부문에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었을 뿐 아니라, 이안이라는 거장이 연출한 작품이고, 동시에 양조위라는 중화권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 등장한 영화니까요. 그런데 이게 왜 다양성 영화냐고요? 영화진흥위원회의 설명에 따르자면 이것은 '국내 시장 점유율이 1% 이내인 국가의 작품'이기 때문이랍니다.

한국 내에서 영화 시장 점유율이 1% 이내인 국가는 어디가 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한국, 미국, 프랑스와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여기 해당됩니다. [색, 계]는 대만 영화이니 당연히 한국 내 시장 점유율 1% 이내인 국가의 작품이고, 그렇다면 다양성 영화가 되기 위한 조건을 충분히 충족시키는 셈이지요. 그래요. 여기에는 좀 커다란 함정이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한국 관객들이 관심 없는 국가의 영화에 대한 지원이라는 점에서, 이 조건은 남아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워낭소리]

다양성 영화 3위는 24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입니다. 자, 이게 조금 문제이긴 합니다. 사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제작비가 24억 엔인 대작이니까요. 아마도 이것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가 일종의 예술영화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역대 다양성 영화 흥행 2위는 이미 언급한 것처럼 29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워낭소리]입니다. 어떤 면에서 [워낭소리]는 '다양성 영화'라는 단어에 가장 어울리는 케이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충렬 감독이 제작한 이 독립 다큐멘터리는 경북 봉화의 노인 부부와 그들이 키우는 늙은 일소의 마지막 몇 년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원래 [워낭소리]는 겨우 6개의 개봉관에서 막을 올렸는데요, 입소문으로 점차 관객이 들면서 개봉 19일째 관객 1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미 10만 명 돌파 자체가 신기록이었고, 그것만으로도 독립영화계는 놀라서 뒤로 자빠질 지경이었죠. 그런데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워낭소리]는 일종의 사회적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300만 명에 가까운 총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비긴 어게인]이 [워낭소리]의 기록을 능가한 것이 조금 슬프기도 합니다. [비긴 어게인]도 근사한 영화지만 [워낭소리]만큼 '다양성 영화'라는 말을 극적으로 대변하는 작품은 앞으로도 쉽게 나오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참, 워낭소리는 총 제작비가 2억 원이었습니다. 제작비 대비 흥행성적으로 따지자면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일 겁니다.

Q. 다양성 영화 지원 제도가 꼭 필요한 제도인가요?

[똥파리]

A. 사실 여러 가지 면에서 '다양성 영화'라는 말이 주는 의미가 조금 퇴색되긴 했습니다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네. 필요합니다. 다양성 영화 개봉 지원 제도는 영화진흥위원회가 극장개봉이 좀 힘든 독립, 예술영화를 선정한 뒤 홍보 비용을 지원해주던 제도입니다. 덕분에 많은 한국 독립, 예술영화들이 창고 속에 처박히지 않고 개봉을 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워낭소리]나 [똥파리]와 같은 성공작을 낼 수 있었죠. 개봉하지 못하면 관객도 만날 수 없습니다. 영화란 제작부터 상영까지, 돈이 많이 드는 예술이니까요.

물론 사람들은 종종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것이 어떻게 '독립' 영화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한국 영화계는 여전히 협소한 편이고, 몇몇 거대자본에 의한 종속이 지나치게 심한 상황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어느 정도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비긴을 해야 '비긴 어게인'도 할 수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답변
김도훈 (영화 칼럼니스트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공동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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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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