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는 극복하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것

sky365468 | 2015.12.05 15:11 | 조회 674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음악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30년 록 밴드 리더의 삶 중 20년이 무명의 세월이었다는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면 의지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Q 멘티가 멘토에게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해야 합니까? 의지박약형에, 무기력하고 나태해질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멘토가 멘티에게

연예인들은 대부분 슬럼프를 경험합니다. 보통 대중의 사랑을 받다가 어느 날 더 이상 사랑 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슬럼프에 빠지죠. 그 원인은 대개 외부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있어요. 나는 슬럼프가 오면 낚싯대를 드리우는 심정으로 살았습니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찌가 움직일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거죠. 

낚싯대가 짧으면 찌가 자주 움직여요. 이때 무는 고기는 작습니다. 반면에 긴 대를 드리우면 찌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죠. 하지만 일단 물면 커다란 고기를 낚을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긴 낚싯대를 드리운 것 같은 그런 세월을 살았습니다. “바람이,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면 슬럼프는 극복하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겁니다.

청소년기에 나는 악동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착한 아이도 아니었습니다. 날카로웠고, 히스테리도 심했어요. 그때 운명적으로 기타와 만났죠. 기타를 만지작거리다가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들게 됐어요. 정말 아름다운 가사를 쓰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노랫말을 만들고 싶었어요. 오로지 그 생각만 하고 그런 사람이 되려다 보니 어느덧 선하게 변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죠. 나, 적어도 악당은 아닙니다.

살다 보면 의미 있는 시간 같지 않은 나날들이 있습니다. 고독하고 지루한 날들이지만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 생각하고 이기적이지 않은 자세로 하루하루를 살아 내면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하더라도 어떤 결실을 맺을 겁니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뭔가 대단한 걸 이루려 하기보다 지금 깨어 있어야 합니다. 미래의 성과는 현재 깨어서 내가 무엇을 투입했느냐에 달렸습니다.

  

어린 나이에 너무 잘 풀리면 무너졌을 때 다시 일어서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에 좀 늦게 풀리면 내성이 생겨 무너지더라도 버틸 수 있죠. 다 좋을 순 없듯이 다 나쁜 일은 없어요. 그러니 빨리 잘 풀린다고 부러워할 거 없어요. 혹시 대기만성형인지 압니까?

인생이라는 소설에 20~30대 이야기만 쓰고 그 후로는 백지 상태로 비워 둘 겁니까? 인생이 85쪽쯤 되는 소설이라면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다 아름다워야죠. 그런 인생으로 만들려면 허투루 살면 안 되고 게을러서도 안 돼요. 하물며 남을 괴롭혀서야 되겠어요?

난 여러분이 좋아 보입니다. 안타깝기도 하지만 좋은 것이 더 많이 보입니다. 자유로운 생각, 자신감 같은 것이죠. 우리 기성세대가 배울 점이에요. 어떤 면에서는 한국인이 그렇게 진화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기까지 여러분 선배 세대가 이런저런 고통을 겪었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여러분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독특하고도 고유한 존재입니다. 그 독특함이 아직 발현되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어떻든 생김새도, 생각도 다 다르잖아요. 미완성의 존재로서 현실의 세계에서 누군가의 뒤를 따라가더라도 독특한 나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말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 가세요. 이 믿음을 잃으면 잠재적 가능성도 사라질 겁니다. 미래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런 나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나도 숱한 좌절을 겪었습니다. 지난 30년 중 20년이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1986~1987년, 1993년, 2002년에 알려졌고 나머지 기간은 무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명의 세월이 꼭 나쁜 건 아닙니다. 그렇게 가슴 아픈 시절에 한 곡이 만들어지거든요. 헝그리 정신이라고 하지만 위가 고프다 못해 소울이 아픈 단계로 넘어가야 좋은 곡이 나옵니다.

죽는 날까지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이래저래 음악을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닥쳤어요. 그때마다 버팀목이 돼 준 것도 바로 나 자신입니다. 어쨌거나 나는 스스로 음악에 미친 사람이라고 자기최면을 걸었어요. 오랜 시간 그렇게 버텼더니 정말 내가 음악에 미친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러지 않았다면, 그때 음악을 포기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습니다. 당연히 지금 하는 노래도 못 만들었겠죠. 죽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현재를 살고 있겠죠.

죽기조차 미안했던 날들 

나는 내가 음악에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능을 포함해 내가 하는 모든 활동은 다 내가 하는 음악을 위한 것입니다. 내가 가르치는 제자들(그는 본스타트레이닝센터 원장이기도 하다. 그와의 인터뷰도 여기서 했다)에게도 묻습니다. 얼마나 음악에 미쳐 있느냐고. 내 인생은 온갖 사건들로 점철돼 있습니다. 간 이상과 위암으로 죽을 고비도 넘겼고, 감옥과 정신병원을 들락거렸습니다. 건강을 잘 못 챙기는데, 음악하는 사람들이 자해 성향이 좀 있습니다.

위암 판정을 받았을 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죽기조차 미안하다.’ 음악 한답시고 너무도 해 준 게 없어서 가족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됐고, 그게 나의 에너지였습니다. 가족이 음악에 다시 매달릴 힘을 줬다는 거죠. 음악보다 가족이었습니다. 죽음의 나락에서 ‘부활’한 힘을 가족에게서 얻었어요. 이렇게 가족을 두고 떠나는 건 너무 비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끝까지 음악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 나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지금 잡고 있는 것을 놓지 마세요. 포기하지 마세요. 그것이 나에게 ‘김태원의 음악’ 같은 것인지도 모르잖아요? 아, 음악이 모든 것 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포기를 하지 않는 것도 의지적인 선택입니다. 살다 보면 이렇게 자기암시, 자기최면도 필요합니다. 인생엔 하나의 길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 말에 너무 귀 기울일 것도 없어요. 많이 배운 사람이든 연장자든 난 누가 누구를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배우려는 사람이 마음을 열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받아들여지지가 않아요. 영향을 미치려는 사람일수록 그래서 상대방에게서 배우겠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봐야 서로 통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내면에 파문을 일으키고 그 속에서 무엇인가 길어 올릴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스스로 끌어낸 것이라야 오래갑니다. 

요새는 아이들도 힘듭니다. 내가 강원도의 초등학생들과 엘 시스테마(El Sistema) 활동을 합니다. 홍대 앞 언더그라운드 밴드 후배들과 함께 이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쳐요. 대부분 다문화가정 아이들이죠. 처음엔 거부반응을 보이는 아이도 있었는데 내가 곡을 만들어 주고 자기들끼리 합주도 하면서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음악이 인간의 언어보다 위대하다는 걸 새삼 깨달아요. 말없이 소통하면서 소울의 통합을 경험하게 되죠. 이 아이들 가운데서 베네수엘라에서처럼 훌륭한 연주자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음악으로 대성하는 사람이 나오지 말라는 법 없어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죠.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아이들이니까요.

콤플렉스 덩어리였던 유년기 

초등학교 시절에 나를 알던 사람들은 지금 나를 몰라 봅니다. 공부를 비롯해 무엇 하나 잘하는 것도 없고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아이였거든요. 특히 외모 콤플렉스가 심했어요. 여학생들한테 인기가 없었고, 사춘기도 우울하게 보냈어요. 한마디로 최악이었습니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쓴 시가 있습니다. 친구가 간직하고 있어서 보게 됐는데 죽음을 주제로 한 아주 염세주의적인 시입니다.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 것과 같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지금 이렇게 음악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누군가와 같이 하려고 노래를 만들지 않습니까? 그 시절엔 준비는커녕 예상도 못한 미래죠. 그게 인생입니다.

내가 재능이 있었다고 보지도 않아요. 집안에 음악 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런 유전자를 타고난 것도 아니죠. 단지 기타를 치면 누군가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관심을 못 받고 자란 아이에게는 그 관심이 희망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기타를 쳤습니다. 내가 만나는 강원도 아이들은 취약계층이지만 서울의 아이들도 힘듭니다. 마음이 힘들어요. 뛰어놀 시간도 없이 공부해야 하잖아요. 여러분만 힘든 거 아닙니다.

누구나 슬럼프를 견딜 수 있을까요? 그럼요. 견뎌내지 못했다면 지금 존재하지도 않을 테니까요.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은 이미 사라졌고, 지금 살아 있다면 슬럼프를 극복 중인 겁니다. 외롭습니까? 밴드 하는 사람도 고독합니다. 밴드는 유지하기가 힘들어요. 좀 될 만하면 깨지고, 그 과정에서 상처 받고 경제적인 파탄을 겪기도 하죠.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곡을 쓰고, 그 곡이 사랑을 받으면 다시 일어서죠. 그러다가 또 멤버가 떠나고 파탄이 들이닥치고, 그렇게 30년 살았습니다. 수입이 전무했던 시절도 있어요. 나더러 나눔을 실천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로서는 돌려주는 겁니다. 나눈다는 건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쓰고 그 나머지를 나눈다는 뜻입니다. 

아름다운 일이죠. 그런데 나는 내가 받았기에 돌려주는 겁니다. 그래야 다시 내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화자찬 같지만 나는 나눔보다 돌려줌이 한 수 위의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아,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건 시작할 때 실제로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슬럼프 극복 노하우요? 지상의 나무와 지하의 그 뿌리 크기가 늘 비례하는 건 아닙니다. 빙산의 일각처럼 초라해 보이지만 뿌리가 거대한 나무도 있어요. 반대로 잎이 무성하고 화려하지만 뿌리가 빈약한 나무도 있죠. 지금 고독하다면 강풍도 견딜 만큼 뿌리가 깊어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슬럼프란 볼품없는 작은 나무가 뿌리를 이리저리 뻗어 나가는 그런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슬럼프라면 그런 믿음이 필요합니다. 진실한 믿음.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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