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스타갤러리

'진짜 사랑'에 대한 예능 강박 어디까지?

본스타 | 2008.07.15 12:25 | 조회 408
[마이데일리 = 최나영 기자] '진짜 사랑을 보여줍니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밤에-우리 결혼했어요'를 중심으로 케이블과 지상파 파일럿 프로그램 등에서 등장하는 '사랑 놀음'이 갈수록 '리얼'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등장하는 스타들의 달콤한 신혼, 혹은 동거의 환상이 시청자들과 '진짜일까 아닐까'란 게임을 펼치고 있다면 난 7일 방송된 SBS 파일럿 프로그램 '스타&패밀리 살아봅시다'는 시청자들에게 보다 '현실적 사랑'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을 관건으로 남녀 스타들이 각자 사위, 며느리 역할을 체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ETN에서는 케이블판 '우리 결혼했어요'라고 불리는, 남자 연예인과 일반인 여성이 계약을 맺고 한 집에 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아낸 리얼리티 프로그램 '계약동거 시즌2'가 방송중이다.

그런가하면 14일 방송된 SBS 파일럿프로그램 '후'에서는 말그대로 진짜 사랑이 등장했다. 개그맨 김영철이 탤런트 강정화에게 방송을 빌어 공개 사랑 고백을 한 것.

일명 러브추리버라이어티를 표방한 '후'는 주인공으로 선정된 한 명의 스타가 자신을 흠모한다며 고백자라고 나선 4명의 스타들 중 탐색과정을 통해 진심으로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 진짜 고백자를 찾아내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물론 방송에서 연예인이 연예인에게 자신의 실제 마음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진짜 사랑과 게임이 결합된 모습이란 점에서 '후'는 확실히 'X맨', '천생연분', '연애편지' 등 그간 등장했던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한 단계 나아간 모습이다.

하지만 이를 방송의 진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랑을 파는 예능 프로그램이 '진짜'에 구속돼 자극적으로 퇴행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홍보 차원에서 '리얼'이란 단어를 타이틀 앞에 수식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며 '진짜'란 콘셉트가 경쟁적이 된 상황에서 '진짜 사랑'이란 주제는 예능 프로그램들에게 하나의 강박처럼 작용하는 듯 하다.

문제는 '진짜 사랑'이 '진정성'을 갖느냐하는 점이다. '후'의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진정성이라고 밝혔다. "러브라인을 만들고 어느 정도 과장과 연출을 가미하는 것인 아닌,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는 두근거림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살려보고자 노력했다"고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후'는 진짜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그보다 많은 가짜 사랑을 보여주며 마지막 순간까지 시청자들과 '진짜'를 놓고 게임을 펼쳤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출연자들은 현실에서도 사람들에게 '우리 사귀게 안 사귀게'라고 놀리듯(?) 상대방 출연자와의 진짜 혹은 가짜의 애정(우정)을 과시한다. '진짜 사랑'이 의미를 잃고 퇴색하는 순간이다. 방송이 어디까지 진짜 사랑을 담아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에 대한 예능프로그램의 강박과도 같은 집착은 조금 위험해보인다.

['사랑'을 주제로 한 리얼 버라이어티들, '후', '스타&패밀리 살아봅시다', '우리 결혼했어요'(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 = SBS, MBC]

(최나영 기자 nyny@mydaily.co.kr)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819개(1/41페이지)